형법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중 특히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며, 그 핵심적인 객관적 구성요건은 행위의 주체, 공연성, 사실의 적시, 그리고 사람의 명예의 훼손 네 가지로 구성됩니다.
다음은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에 대한 논의를 큰 맥락에서 분류하고 설명한 내용입니다.
I. 명예훼손죄 (제307조)의 법적 맥락 및 의의
형법 제307조는 명예훼손의 기본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형법은 개인의 명예권 보호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조화시키기 위해 이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 기본 구성요건의 구분
- 단순명예훼손죄 (제307조 제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입니다.
- 허위사실명예훼손죄 (제307조 제2항):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로, 적시 사실의 허위성 때문에 단순 명예훼손죄에 비해 형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 보호법익 및 성격
-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은 통설과 판례에 따라 외부적 명예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타인에 의한 평판)로 봅니다.
- 본죄는 피해자의 명예가 실제로 침해될 것을 요구하지 않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면 완성되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봅니다. 이는 명예훼손 침해의 객관적 확인 및 증명 곤란성 때문입니다.
- 처벌 형식
- 제307조의 죄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II. 객관적 구성요건 (형법 제307조)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였음이 객관적으로 충족되어야 합니다.
1. 행위의 주체 (적시 행위자)
행위의 주체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으며, 자연인인 사람에 한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다만, 기업 간의 명예훼손 등 집단적인 의사가 담긴 행위에 대해서는 법인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소수 견해가 제시됩니다.
2. 공연성 (불특정 또는 다수인의 인식 가능성)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사회에 유포시켜 해를 끼치는 행위만을 처벌하고 개인적인 정보 전달을 제외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을 억제하기 위함입니다.
가. 공연성의 의미 및 법리
통설과 판례는 공연성의 의미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파악하는 것에 이견이 없습니다.
나. 판례의 전파성 이론
대법원은 전파성 이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 전파성 이론의 내용: 사실을 적시한 상대방이 단 한 사람이더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그 말을 **전파할 가능성(개연성)**이 있을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 적용 근거: 명예훼손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전제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_가능성_의 측면을 중요시합니다.
- 전파가능성의 판단: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 대화를 하게 된 경위, 사실 적시의 내용과 방법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해야 하며, 단순히 '가능성'이 아니라 **'개연성'**이 필요합니다.
- 전파가능성이 부정되는 경우 (예외): 상대방이 비밀을 보장해 줄 만한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조직 업무 관련 확인/규명 과정,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공방 중 발언된 경우 등에서는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정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
3. 사실의 적시 (Fact Disclosure)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가. 사실과 의견(가치판단)의 구별
- 사실의 개념: '사실의 적시'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의미하며,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 구별의 중요성: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예: "도둑놈, 죽일 놈")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므로 명예훼손죄가 아닌 모욕죄가 성립합니다.
- 구별 기준: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맥,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공직자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것은 사실적시가 아니라고 보기도 합니다.
나. 적시된 사실의 내용 및 성격
- 사회적 평가 저하 가능성: 적시된 사실은 반드시 나쁜 일일 필요는 없으며,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 구체성: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며, 시간·장소가 특정될 것을 요하지는 않습니다.
- 진실과 허위:
- 제307조 제1항의 '사실'은 제2항의 '허위의 사실'과 반대되는 '진실한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에 대치되는 개념입니다.
-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는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세부적인 내용이 약간 차이가 나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는 허위라고 보지 않습니다.
다. 적시 방법
- '적시'는 명예훼손적인 사실을 외부세계에 표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며, 언어, 문서, 그림, 신문, 방송, 인터넷 게시글 등 방법에 제한이 없습니다.
- 간접적 적시: 반드시 단정적 표현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는 경우에도 사실의 적시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사람의 명예의 훼손 (피해자의 특정 및 법익)
가. 명예의 주체
명예훼손죄는 사람에 대한 범죄이며, 모든 자연인(유아, 정신병자 포함)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 법인/단체: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도 사회적 평가를 가지고 통일된 의사를 형성할 수 있으면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통설 및 판례의 입장입니다.
- 국가/지자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공권력 행사자로서, 형벌로 보호되는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습니다.
- 집단표시(집합명칭): 집단 자체를 언급하는 집합명칭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집단이 특정되고 구성원 수가 어느 정도 제한되어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여야 합니다.
나. 피해자의 특정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성명을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
다. 훼손의 정도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이므로, 공연히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을 적시하면 기수(旣遂)로 됩니다. 실제로 피해자의 명예가 침해되어야만 기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은 ‘공개적인 평판 저하 행위’를 구성하는 네 개의 필수 부품과 같습니다. 행위의 주체가 '누가' 했는지, '공연성'은 소수의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그 말이 삽시간에 퍼져 나갈 '확성기(전파 가능성)' 역할을 했는지, '사실의 적시'는 단순한 욕설이 아닌 구체적인 '정보(진실이든 허위이든)'를 담았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사람의 명예'라는 '사회적 가치(평판)'에 흠집을 낼 위험이 있었는지(훼손)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부품이 모두 결합될 때 비로소 처벌의 문턱을 넘게 됩니다.